PF폭탄에 무너진 기업금융시스템
은행, 추가담보 압박하며 자금 줄 죄고
기업, 법정관리로 대주주 꼬리자르기
정부는 대안없이 "PF대출 줄여라"
◆ 거세지는 PF 후폭풍 ◆

마치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을 보는 듯하다. 모두가 범인인데 네 탓 공방에 골몰하고 있다. 건설업계와 금융권을 패닉으로 몰아넣은 프로젝트파이낸스(PF)발 건설사 연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사태 얘기다. 지난 15일 17년 연속 흑자를 낸 `파라곤` 브랜드의 동양건설산업마저 채권단에 예고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금융권에선 "기업금융 시스템의 공백"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주거래은행과 상의해 위기를 헤쳐가는 기업금융 시스템 부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말까지 25조원 규모 PF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데 자칫 건설사 대량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 건설사-금융사 네 탓 공방만
=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삼부토건에 이어 15일 동양건설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최근 도산하거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견 건설사는 5개로 늘었다. 표면적으론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공백과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경영권을 유지하기가 쉬운 도산법 규정(DIP)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은행과 기업 간 신뢰 훼손이다. 2008년 글로벌 위기 후 3년간 은행권에 구조조정 권한을 일임한 뒤 건설사와 은행 간 전통적인 신뢰 관계는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최근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선 건설사들이 아예 은행에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 `을`로 전락한 씁쓸한 현실"이라며 "기촉법 부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대주주가 기업 회생보다 재산을 보전하면서 뒤로 빠질 궁리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 주장은 다르다. 이미 법정관리 중인 A건설사 오너는 "주채권은행이 기업 회생보다는 자금 회수가 우선이라는 인상을 2년 내내 받았다"고 말했다.
기업 워크아웃 중인 B건설사 대표는 "동년배 CEO끼리 모이면 은행에 기업 자산을 다 뜯기느니 차라리 법정관리가 낫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은행이 과도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 관계자는 "삼부토건이 르네상스서울호텔 주식 95%를 소유해 꼬리 자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뒤늦은 대응
= 작년 말 기촉법이 일몰되고, 2010년 하반기부터 강화된 PF 대출 관리를 지시한 금융당국은 사실 이번 사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연초 중앙부산 등 저축은행 도산 사태가 불거지자 PF 대출 비중을 줄이면서 자금경색에 기름을 부었다.
금융당국은 `PF는 안 된다`는 규제를 내는 데는 신속했지만 사업성 있는 현장과 건설사가 살아날 수 있는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을 찾는 일은 민간에 맡겼다. 작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PF 대출을 대체할 자금구조를 찾아보라"고 당부한 것이 고작이다.
삼부토건 법정관리 위기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불만을 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 부실, 늘어나는 PF 부실, 기촉법 공백, 은행 등 건전성 규제 강화 등 척박해진 자금시장 환경은 금융당국이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기촉법 부활이 시급하다"는 금융당국 주장은 맞지만 그 이전에 PF 대출 부실을 점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면밀한 시나리오를 짰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기업금융 시스템 공백에 대해 가장 시급한 조치는 기촉법 부활이다. 여기에다 상호 불신을 제도적으로 멈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도 시급하다. 건설사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이나 채권금융회사 협의체 활성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며 "기촉법 같은 시스템 정비와 함께 채권금융회사 간에 효율적으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 외에 금융당국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건설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프라이머리CBO를 지난해 4000억원, 올해 3500억원 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 건설사-금융사 네 탓 공방만
=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삼부토건에 이어 15일 동양건설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최근 도산하거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견 건설사는 5개로 늘었다. 표면적으론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공백과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경영권을 유지하기가 쉬운 도산법 규정(DIP)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은행과 기업 간 신뢰 훼손이다. 2008년 글로벌 위기 후 3년간 은행권에 구조조정 권한을 일임한 뒤 건설사와 은행 간 전통적인 신뢰 관계는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최근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선 건설사들이 아예 은행에 통보도 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 `을`로 전락한 씁쓸한 현실"이라며 "기촉법 부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대주주가 기업 회생보다 재산을 보전하면서 뒤로 빠질 궁리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건설사들 주장은 다르다. 이미 법정관리 중인 A건설사 오너는 "주채권은행이 기업 회생보다는 자금 회수가 우선이라는 인상을 2년 내내 받았다"고 말했다.
기업 워크아웃 중인 B건설사 대표는 "동년배 CEO끼리 모이면 은행에 기업 자산을 다 뜯기느니 차라리 법정관리가 낫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은행이 과도한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 관계자는 "삼부토건이 르네상스서울호텔 주식 95%를 소유해 꼬리 자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금융당국, 뒤늦은 대응
= 작년 말 기촉법이 일몰되고, 2010년 하반기부터 강화된 PF 대출 관리를 지시한 금융당국은 사실 이번 사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연초 중앙부산 등 저축은행 도산 사태가 불거지자 PF 대출 비중을 줄이면서 자금경색에 기름을 부었다.
금융당국은 `PF는 안 된다`는 규제를 내는 데는 신속했지만 사업성 있는 현장과 건설사가 살아날 수 있는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을 찾는 일은 민간에 맡겼다. 작년 하반기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PF 대출을 대체할 자금구조를 찾아보라"고 당부한 것이 고작이다.
삼부토건 법정관리 위기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해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불만을 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저축은행 부실, 늘어나는 PF 부실, 기촉법 공백, 은행 등 건전성 규제 강화 등 척박해진 자금시장 환경은 금융당국이 만들었다는 지적이 많다. "기촉법 부활이 시급하다"는 금융당국 주장은 맞지만 그 이전에 PF 대출 부실을 점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면밀한 시나리오를 짰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기업금융 시스템 공백에 대해 가장 시급한 조치는 기촉법 부활이다. 여기에다 상호 불신을 제도적으로 멈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도 시급하다. 건설사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이나 채권금융회사 협의체 활성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현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며 "기촉법 같은 시스템 정비와 함께 채권금융회사 간에 효율적으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 외에 금융당국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건설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프라이머리CBO를 지난해 4000억원, 올해 3500억원 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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