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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기타

소외계층에게 꿈·희망을 쏘다

소외계층에게 꿈·희망을 쏘다
대기업 나눔경영으로 ‘계층·국경 없는 사랑 실천’

 

국내 대기업들이 ‘계층, 국경 없는 사랑의 실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여주기 위한 겉포장용 ‘쇼’가 아니다. 상생을 위한 인간 본연의 감성 발현이다. 따뜻한 사회를 위해 나눔의 문화를 생성하는 선순환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나눔경영 현장을 소개한다.

삼성전자 해외 법인은 현지 극빈지역 학교 개·보수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초 그 혜택을 입은 터키 어린이들이 밝게 웃고 있다.
삼성전자 해외 법인은 현지 극빈지역 학교 개·보수비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초 그 혜택을 입은 터키 어린이들이 밝게 웃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미영(가명·12) 양과 가족(어머니, 남동생)은 지난해 세상을 뜬 아버지의 음주, 폭력 습관 때문에 가슴 한쪽에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았다. 지난해 6월 삼성그룹이 지원 중인 희망신림센터가 미영이 가족에 대한 상담에 나섰다. 삼성그룹이 사회복지사를 미영이 가족에게 보내 미영이가 밝게 웃는 아이로 커가도록 전방위 지원에 나선 것이다.

가족여행을 보내주고 미영이가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상담사를 소개했다. 또 지역아동센터 내 공부방과 보습학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미영이 어머니는 비슷한 처지의 모임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미영이 가족 사례는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펼치고 있는 ‘희망+네트워크’ 사업 중 하나다. 삼성그룹은 희망신림센터 같은 공간을 전국 11곳에 두고 미영이 같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옛 동사무소 건물 등을 지역아동센터로 리모델링하는 ‘희망공간’ 사업도 ‘희망+네트워크’ 사업 중 일부다. 이는 지역 내 저소득층 어린이 보호를 위한 활동이다. 삼성그룹은 지금까지 40여 곳의 희망공간을 마련했다.

450여 비영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공부방 지원

삼성그룹은 전국 4백50여 개의 비영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공부방도 지원하고 있다. 공부방 시설 개·보수와 교육자재 제공, 지역 내 우수 프로그램 발굴 등이 대표적 활동이다.

삼성그룹 사회봉사단 최석진 부장은 “더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임직원들의 여러 사회봉사활동 가운데서도 소외아동을 돌보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삼성화재는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사업과 교통사고 유자녀 돕기, 안전한 교통문화 확산 등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화재 설계사들이 보험계약 1건마다 5백원씩 기부해 기금을 모으는 ‘5백원의 희망선물’은 장애인 가정을 돕는 일이다. 이 기금은 주방, 화장실, 세면대, 어린이공부방 등 불편한 내부 시설을 장애인 거주자 맞춤형으로 고쳐주는 데 쓰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답게 전 세계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다. 실제 지난 7월 말 삼성전자 임직원 게시판에는 ‘여름휴가 기간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봉사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문이 올라왔다. 신청자는 6백50명으로 경쟁률이 30 대 1을 넘었다. 이들은 지난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세네갈의 응곰곰 초등학교에서 화장실과 식수대를 만들었다. 아이들의 영양 상태를 좋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또 학교 내에 40여 그루의 망고나무를 심었다. 라디야 시락 학교에는 컴퓨터교육장을 설치해줬고 교사와 지역주민, 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도 실시했다. 함께 간 강북삼성병원 의료단은 4백여 명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봉사활동을 위해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 9개 해외총괄을 두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쓰촨(四川)성 난충(南充)시의 린장(臨江)소학교에서 1백 번째 삼성애니콜 희망소학교 기공식을 열었고, 유럽에서는 유방암 퇴치 캠페인을 후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은 경기 파주시 파주보육원을 찾았다. 이곳에 설치된 ‘IT룸’에서 아이들에게 컴퓨터 활용능력 시험 대비 등 IT 분야 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LG디스플레이 이방수 상무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첨단 IT교육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사회보육시설 내 여유공간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PC와 시청각 학습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환경을 갖춘 첨단 IT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2008년 11월 경북 김천시 임마누엘 영육아원에 1호점을 조성한 것을 시작으로 파주보육원, 경북 성주군 실로암 육아원 등 국내 8곳, 폴란드 현지법인과 연계한 돌르노 실롱스키 주립도서관 1곳 등 모두 9곳을 운영 중이다.

LG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에게도 관심을 쏟는다. 현재 LG계열사에서 저소득가정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만 15개다. 그중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LG 사랑의 다문화학교’가 대표적이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잠재력을 개발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다문화가정 자녀 후원하는 ‘희망 멘터링’ 시행

중국어, 베트남어 등 이중언어와 과학 분야에 재능이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 70명을 선발해 한국외국어대와 KAIST 교수진이 지도하는 교육을 2년 동안 무료로 지원한다. 현재 필리핀, 몽골, 네덜란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10여 개국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LG 사랑의 다문화학교' 과학 인재 양성과정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로켓 모형을 자랑하고 있다.

 
LG이노텍도 올해부터 다문화가정 자녀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인 ‘희망 멘터링’을 시작했다. 임직원 멘터와 다문화가정 자녀가 1 대 1로 만나 가족, 친구, 학교생활, 진로 고민 등에 대한 멘터링을 진행한다. 전문 코칭과정을 이수한 10명의 임원이 코치로 나섰다. 이들은 6개월간 다문화가정 자녀의 자아실현을 이루도록 희망 멘터링을 실시한다. 기간이 끝나면 장학금을 지원하고 이들 가운데 우수 멘티 5명을 선발해 부모 국가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저소득가정 청소년을 돕는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다. ‘LG 사랑의 음악학교’는 지난해 3월부터 어려움 속에서도 최고를 향해 꿈을 키워나가는 음악영재를 발굴해 국내외 유수 교수진으로 하여금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매년 음악영재 15명을 뽑아 2년 동안 실내악 전문교육을 실시한다. 세계적인 실내악 단체인 뉴욕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소속 음악가들과 국내 유수의 교수진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을 확 바꿔주는 사업도 여러 계열사가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임직원들로 구성된 사회봉사단이 직접 나서 저소득가정 청소년 이용시설을 대상으로 각종 개·보수 작업을 벌이는 ‘희망 가득한 교실 만들기’를 전개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앞으로도 계열사별로 가장 잘할 수 있는 특기를 앞세워 다문화가정, 저소득가정 자녀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공헌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9백60번의 도전 끝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차사순 할머니, 장애를 딛고 서로를 챙기는 복지단체 승가원의 태호와 성일이는 지난 9월 자동차를 선물로 받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7월부터 자동차 기증 캠페인 ‘달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를 통해 차가 필요한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한 달 동안 블로그 댓글이 하루에 1백 개 이상 쌓이면 차를 선물하고 있다.

1차 캠페인 기간 동안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는 46만명을 기록했고, 댓글은 하루 평균 6백 개 이상 달리는 등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10월부터 시작된 2차 캠페인의 주인공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예은이, 다문화가정 자녀들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 등이다.

현대·기아차는 2003년부터 ‘함께 움직이는 세상’이라는 구호 아래 ‘이동 편의 증진사업’을 주요 사회공헌활동으로 삼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약자,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어린이들이 대상이다. 일반인들이 누리는 이동 편의성을 교통 약자에게로 넓히겠다는 취지에서다.

장애인·어린이에게 균등한 이동 편의성 제공

현대차가 2006년 선보인 승합차 ‘스타렉스 이지무브’는 이전까지 수입차 위주였던 장애인용 차량의 국산화를 시도한 차량이다. 현대차는 이 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력을 다른 차종에도 응용할 계획이다. 2008년부터 보급하기 시작한 초(超)저상 시내버스는 출입문 높이를 낮춰 휠체어를 탄 채로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게 했다.

또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지난해 서울시와 함께 교통안전체험관 ‘키즈오토파크’를 설립했다. 연간 1만2천명이 찾을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시설이다.

현대·기아차는
현대·기아차는 '달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자동차 기증 캠페인을 통해 차가 절실하게 필요한 저소득층, 노인, 복지법인 등에 차를 선물하고 있다. 감동적인 사연으로 차를 선물받은 복지단체 승가원의 태호(왼쪽 사진 앞)·성일 군과 9백 60번 만에 운전면허를 딴 차사순 할머니.

 
2005년부터는 교통사고 유자녀와 현대차 임직원 간 결연을 통해 소원을 들어주는 ‘세잎클로버 찾기’ 캠페인을 펼쳐오고 있다. 교통사고로 부모가 사망하거나 중증 이상의 후유증을 갖게 된 18세 이하 유소년들을 지원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9월 경기도와 함께 장애인 보조 및 재활기구 전문 사회적기업 ‘이지무브’ 창립 개소식을 가졌다. 현대·기아차는 이 기업에 3년간 29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장애인 차량의 탑승 보조기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12년까지 연간 1백80억원 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장애인 고용도 늘릴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 실시하는 ‘함께 움직이는 세상’ 사업에 사회복지단체를 직접 참여시키기로 했다. 10월 18일까지 장애인과 노인, 아동·청소년 등 3개 사회복지 분야 단체가 제출한 사업 아이디어를 평가해 총 40개 단체를 선발하고, 내년 한 해 동안 최대 2천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현대·기아차 노진석 상무는 “국내 기업의 사회참여가 단순 기부에서 참여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이번 공모를 통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맞춤형’ 사회복지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2003년부터 청각장애인들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리 찾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인공와우 이식수술 1백19명, 디지털 보청기 제공 1백61명 등 모두 2백80여 명을 지원했다.인공와우 이식수술은 청(聽)신경을 자극하는 와우(달팽이관)가 심각하게 손상돼 사실상 청력을 잃은 환자에게 인공와우를 이식해주는 수술이다. 수술비는 약 5백만원이 든다. KT는 이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 청각장애인들에게 수술을 무료로 제공해왔다.

KT는 청각장애인드리 청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KT는 청각장애인들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소리 찾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9월 7일 KT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귀의 날' 기념행사에서 방문객들이 귀 모형을 만들어보고 있다.

 
올해부터는 인공와우 이식이 불가능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뇌간 이식수술도 제공하기로 하고 지난 3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해당 수술 지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뇌간 이식수술은 청신경에 자극을 주는 인공와우 수술과는 달리 환자의 뇌에서 소리를 담당하는 뇌간에 직접 전기 자극을 줘 들을 수 있게 하는 수술. 귀 내부가 기형이거나 청신경 자체에 이상이 생겨 인공와우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에겐 반가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KT는 올해 소리 찾기 활동으로 뇌간 이식수술 3명, 인공와우 이식수술 6명, 디지털 보청기 제공 10명 등 19명의 수혜자를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수술비와 함께 2년간의 재활치료비를 지원한다.

소리 찾기를 통해 청력을 회복한 수혜자들을 위한 문화공연 관람 행사도 지난해부터 열고 있다. 되찾은 청력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에는 1백40명을 초청해 오페라 <토스카>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공연했으며, 올해 4월에는 1백여 명을 초청해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공연했다.

저소득 청각장애인에게 수술비 지원

KT의 소닉붐 프로농구단은 ‘맑은소리캠페인’을 통해 기금을 모아 팀 연고지인 부산지역의 청각장애아동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예체능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청각장애아동을 돕는 ‘소리 찾기 장학금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2005년부터는 ‘KT 공부방’ 지원사업을 통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지역 공부방에 개인용 컴퓨터(PC) 등의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KT 석호익 부회장은 “올해는 뇌간 이식수술 등 소리 찾기 사업 지원영역이 확대된 만큼 대상자 선발 범위도 다문화가정 청각장애아동 등으로까지 넓힐 것”이라며 “KT는 커뮤니케이션 대표 사업자로서 더 많은 사람이 소리를 통해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소리 찾기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