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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변동/경제뉴스

물가채시장

[물가채 원금상승분 비과세 혜택 폐지 검토...."발행 중단될 수도" 지적]

"세수 200억 원을 얻자고 이제 막 안착하는 시장을 죽이자는 것 밖에 더 되나."

정부가 물가연동국채(이하 물가채)의 원금상승분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대한 채권시장 전문가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2008년에 이어 또다시 물가채 발행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채의 원금상승분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물가채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원금이 변동되는 채권이다. 가령 1억 원을 투자한 후 만기시 물가상승률이 3%라면 원금이 1억3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원금상승분 300만 원에 대해서는 비과세해 왔다.

물가채는 금리가 1%대로 매우 낮지만 물가상승률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 때문에 실질 수익률이 4%대를 기록하고 있어,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한 개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물가채 총 상장잔액 5조3215억 원 중 약 28%를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금융상품 과세 체계 전반에 대해 재점검을 실시하면서 과세 가능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채 원금상승분도 과세 검토 대상이라는 얘기다.

'아직 과세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게 재정부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검토 자체가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수 증대 효과는 거의 없고 채권시장만 죽일 것이라는 비판이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물가채 시장 규모가 5조원 정도이기 때문에 물가가 매년 3%씩 오른다고 가정해도 과세대상은 연간 1500억 원(5조 원×3%)에 불과하다"며 "여기에 이자소득세 15.4%를 부과해도 연간 200억 원 정도여서 세수증대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물가채 시장이 커지고 있어 발행액이 증가하면 세수도 늘어난다. 실제로 올 들어 4월까지 물가채 발행액은 1조1665억 원으로 지난해 총 발행액(1조1220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아예 발행 규모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채권 전문가는 "물가채가 시장에서 발행되는 가장 큰 이유가 '원금상승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인데 이게 사라지면 금리 1%대 상품에 누가 투자 하겠나"며 "발행이 다시 중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채는 2007년 3월 처음 발행됐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이 없어 2008년 8월 발행이 중단된 바 있다. 정부는 발행방식을 바꾸고 물가가 하락해도 원금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금보장 조항을 넣는 등 제도 보완을 통해 2010년 6월부터 발행을 재개했다.

물가채 원금상승분 과세는 올해 재정부가 시장에 밝혀온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재정부는 중국 등 국제시장의 큰 손들이 한국 국채를 대거 사들이자 대응책으로 '개인의 국채 투자 활성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개인들의 국고채 응찰 단위를 10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낮췄고 개인들의 물가채 입찰 참여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개인들이 물가채 입찰에 참여해 195억 원을 투자했고 이달에도 개인 입찰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진행 중이다.

아울러 상반기 중 발표를 목표로 유통시장에서의 개인 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여기에는 국채에 10년 이상 장기 투자시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성현희 우리투자증권 채권상품부 차장은 "고객들의 문의가 많이 왔지만 아직은 지켜보자고 안내하고 있다"며 "실제 과세가 이뤄진다면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