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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변동/부자되기

크린토피아, 국내 첫 선진국형 세탁업체

[Entrepreneurship] 크린토피아 이범돈 사장

국내 첫 선진국형 세탁업체 운영
첨단시스템ㆍ싼 가격으로 고객만족도 높인게 주효
대기업과 공기업 경험 조직운영에 많은 도움
가맹점 신규 오픈땐 본사직원이 공동책임…무분별한 출점 막아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만 훌륭하다고 손님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가 동의할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이 함께 제시됐을 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게 되는 거죠."

지난 21일 서울 양재동 크린토피아 멀티숍에서 만난 이범돈 크린토피아 사장(51)은 "고객에게 부담이 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많이 이용해 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1992년에 세탁소에 와이셔츠 한 벌 맡기는 비용이 2500원 정도였어요. 당시 물가에 비해 세탁 요금이 턱없이 비쌌던 거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평범한 서민들이 세탁소를 자주 이용할 수 있었겠어요?"

이 사장이 친형인 이범택 회장과 함께 1992년에 크린토피아를 준비하게 된 계기 역시 `가격`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가격이 싼 세탁소를 만들어 선진국처럼 와이셔츠를 집에서 다리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크린토피아가 문을 열자 매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와이셔츠 한 벌을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해주지만 가격은 겨우 500원을 받는다는 입소문을 탄 것. 현재는 전국에 16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남들은 금방 성공한 것으로 오해하지만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이 사장은 말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라 축적된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어요. 아무리 좋은 설비를 국내에 들여와도 제대로 운영할 사람이 없었죠. 생산성도 외국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어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 사장은 인력과 시설 부문에 투자를 강화했다. 그는 "특히 전산시스템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며 "현재는 전국 97개 지사(세탁하는 공장)의 세탁물 입출구 현황을 본사에서 컨트롤할 수 있어 특정 지사가 바쁠 경우 여유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 서비스에 차질이 없게 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각 지사에서 담당하는 매장에 하루에 세 번 배송을 실시하는 것이 다른 세탁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일 3회 배송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켜온 원칙"이라며 "초기에 공장이 성남 본사 한 곳에만 있을 때 서울 강남이나 성남 외에 매장을 오픈하지 않았던 이유도 너무 먼 곳에 가맹점이 있을 경우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사내에 세탁연구소를 설립해 기술 개발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국내 업계 최초로 증류 시스템ㆍ첨단 필터 시스템을 도입했고, 향균 서비스를 최초로 실시했다.

또 크린토피아는 무분별한 가맹점 출점을 막기 위해 본사 직원이 매장 오픈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진다. 매장 오픈 6개월 후 해당 매장의 매출을 평가해 본사 담당 직원의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는 것.

이 사장이 이런 체계적인 조직 운영의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근무하던 경험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전력 내 지점에서 근무하면서 인사, 노무, 급여, 산재 등의 업무를 두루 경험해 봤어요. 그것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죠."

크린토피아는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세탁멀티숍 사업을 시작했다. 세탁 멀티숍은 기존의 크린토피아 매장에 코인세탁 매장이 결합된 형태다. 현재 1호점인 양재2동점을 비롯해 8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이 사장은 "멀티숍의 핵심은 침구류 세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와이셔츠와 운동화 세탁을 가정에서 크린토피아로 끌어냈듯 침구류 세탁도 이제 크린토피아 멀티숍에서 저렴하게 이용하라는 취지"라며 "집과 멀티숍의 가장 큰 차이는 남아 있는 먼지 없이 뽀송뽀송한 느낌까지 줄 수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창업비용은 일반매장과 멀티숍이 다르다. 일반매장은 16.5~23.1㎡(5~7평) 기준에 1300만원(임차보증금 제외)으로 소자본 창업이다. 반면 멀티숍은 66㎡(20평) 기준으로 7000만~8000만원(임차보증금 제외)이 든다. 입점 위치도 일반매장은 1000가구 이상 중산층이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가 좋고, 멀티숍은 독신자가 많은 원룸촌이 유리하다.

이 사장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저렴한 가격에 고객이 만족하는 세탁 서비스를 계속 내놓는 게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새로 선보인 `의류보관 서비스`와 `이불 세탁하는 날`을 고객들이 더 많이 이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의류보관 서비스`는 철 지난 옷을 세탁 맡기면 6개월 동안 맡아주는 서비스입니다. 봄에 맡겨 겨울에 찾아가면 그동안은 각 방 장롱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매달 마지막 주에 진행하는 `이불 세탁하는 날` 캠페인을 다음달부터는 매주 토요일로 확대 실시합니다. 이제 토요일에는 침구류 세탁을 30%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범돈 사장은 1960년에 태어나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한 후 한국전력을 거쳐 현재 크린토피아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