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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떠들썩 스토리

국제유가 소폭 하락..

국제유가가 사흘째 급락하면서 1개월여 만에 배럴당 130달러 밑으로 떨어져 지칠 줄 모르던 유가의 고공행진이 꺾인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동안 약간의 공급차질 우려나 산유국 주변의 지정학적 불안 등의 소식이 나올 때마다 다른 요인에는 아랑곳 않은 채 상승세를 보였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유가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석유 수요 감소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미국이 대화에 나서기로 하면서 완화된 것도 유가 하락의 이유가 되고 있다.

세계 석유시장의 수요.공급이 기본적으로 빡빡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완전히 하락세로 돌아섰는지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지금은 공급 차질 소식도 유가를 상승세로 돌려 세우지 못할 정도로 시장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 유가 1개월여만에 130달러 밑으로 =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의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에 비해 5.31달러, 3.9% 떨어진 배럴 당 129.29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지난주 사상 최고치인 배럴 당 147.27달러까지 급등한 이후 무려 18달러 넘게 떨어졌고 이번 주 들어 사흘간 배럴 당 15.89달러, 11% 하락했다.

1983년 뉴욕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3일간 낙폭으로는 가장 크게 떨어졌고 3일간 하락률로는 2004년 12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로 석유 수요 감소가 우려되고 천연가스의 지난주 공급이 예상보다 많은 1천40억 입방피트 늘어나면서 가격이 급락한 것 등에 따라 떨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7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는 -16.3으로 전달의 -17.1보다는 개선됐지만 8개월 째 마이너스권에 머물면서 경기가 위축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보다 10.1% 증가, 1분기의 10.6%에 못 미치면서 2005년 이후 가장 낮을 증가율을 보여 중국의 급성장도 둔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또 미 정부가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이번 주말 유럽연합(EU)과 이란이 벌이고 있는 협상에 윌리엄 번즈 국무부 정무차관을 보내 대화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무력 충돌 우려 등 지정학적 불안감을 크게 완화시켜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 분위기 돌변..수요 감소가 공급차질 우려 눌러 = 현재 국제유가의 급락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수시로 유가 상승 원인이 됐던 공급차질 소식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도 나이지리아에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이탈리아 석유회사 에니(Eni)의 하루 4만7천배럴의 생산이 중단되고 캐나다에서는 선코어 에너지의 생산이 파이프라인 문제로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떨어졌다.

반면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4주간 자동차용 휘발유 수요는 하루 평균 930만배럴로 1년 전보다 2.1% 줄었다.

경제적 어려움이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 시민들의 휘발유 소비를 실제로 감소시키고 있는 셈이다.

캐머런 하노버의 피터 뷰텔 회장은 로이터 통신에 소비자들이 비싼 생필품 가격과 낮아진 소득으로 고통받고 있고 그 결과는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은 석유시장에서 그동안 강세장의 뒷받침이 됐던 석유 공급 측면에 대한 시각을 수요 둔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IAF 어드바이저스의 애널리스트인 카일 쿠퍼는 블룸버그 통신에 "수요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며 중국이나 인도 등의 성장 둔화를 보여주는 어떠한 신호도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의 성장 둔화를 나타내는 조짐이 더 나타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향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