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한계상황
편의점 창업의 편의성…중산층 몰락 뇌관 타들어간다
Qsoon만세
2016. 9. 22. 23:57
`한집 건너` 치킨집 대신 편의점 창업 택해
月 4500만원 팔아도 내손엔 겨우 200만원
경직화된 노동시장 자영업 공급과잉 주범
月 4500만원 팔아도 내손엔 겨우 200만원
경직화된 노동시장 자영업 공급과잉 주범

# 지난 21일 0시 30분 서울시 관악구 낙성대동 한 편의점. 밤늦은 시간이지만 의외로 손님이 제법 있었다. 샌드위치를 고르던 청년, 요구르트를 집어든 또 다른 청년. 그리고 강아지를 안고 들어와 소주 1병을 집어든 30대 커플. 편의점에 들르는 손님 1인당 평균 객단가는 5000원. 하루 300명 손님만 확보하면 평균 150만원 매출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원가, 가맹점비, 임차료, 종업원 월급 등을 주고 나면 편의점 점주가 챙길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고작 200만원 안팎이다.
골목 구석구석으로 침투 중인 편의점은 2016년 한국의 단면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22일 한국편의점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편의점 전체 매출은 9조1328억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연매출 16조원을 훌쩍 넘어 20조원대 진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편의점의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의 각종 '불편함'이 감춰져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 밤샘 근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그 위엔 직장에서 밀려나 생계형 창업에 나선 편의점 점주가 있다.
또 그 위엔 노후 소득을 올리겠다고 은행에서 빚을 잔뜩 내 상가를 매입한 임대주와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꼬박꼬박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있다. 이어지는 '갑을' 관계와 사회 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 20대의 '무덤' 편의점 '알바'
서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9명은 20대 학생이다. 처우는 턱없이 열악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서울 지역 편의점 시급은 6232원으로 평균 수준이 가장 낮은 직종에 속한다. 패스트푸드점(6888원)이나 배달업(7374원)보다도 아래다. 그나마도 제대로 받기 힘들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까지 3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아르바이트 피해 민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 민원은 임금 체불, 최저임금 위반, 폭행·폭언, 성희롱, 부당해고 등 다양하다.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야간근무를 하고도 추가 수당을 못 받거나, 수습·교육 기간이란 명목으로 돈을 떼 실제 받는 돈이 최저임금보다 낮을 때도 있다.
점주에게 항의하거나 지방노동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계약서조차 쓰지 않거나, 임금·고용조건 등을 허위 기재한 '분식 계약서'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들이민다.
편의점에서 만난 대학 3학년생 김현수 씨(가명·25)는 벌써 1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낮에 대학 수업과 과제, 취업 준비에 열중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매일 4시간씩 주말도 없이 일하기란 쉽지 않다. 임금은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6300원 남짓이지만 수업료와 월세, 식비 등을 따지면 그만둘 수도 없다. 김씨는 "아예 50% 시급을 더 받는 야간 시간대로 옮겨 달라고 했지만 '밤에 빠지는 일이 잦은 대학생보다는 어르신들이 낫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이제는 월급 50만원짜리 직장을 두고 부모님 세대와 다퉈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 편의점주 40대가 3명 중 1명
편의점을 운영한 지 3년째인 박형철 씨(가명·49)는 할 말이 많다.
직장을 내몰리듯 그만두고 '누구나 한다'는 치킨집 대신 성장세가 두드러진 편의점 개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와 건물주라는 두 군데 '갑(甲)' 사이에 끼어 남는 게 없다. 권리금, 보증금을 포함해 초기 투자비용만 1억원 가까이 들었지만 하루 매출은 150만원 안팎이다. 적지 않은 돈 같지만 월 200만원의 임차료와 100만원이 넘는 각종 공과금, 450만원인 아르바이트생 급여 비용 등을 떼고 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안팎이다.
박씨는 "대학 근처나 교통 요지에 매장을 열려면 임차료만 월 500만원이 넘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며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갑'으로 인식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편의점주 3명 중 1명(34%)은 40대다. 치킨집 등 다른 자영업을 해봤지만 예상보다 수익이 적어 접었거나,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지만 자본도 없고 그렇다고 전문 기술도 없는 40대들이 편의점 창업을 선호해서다.
서울 지역 한 대학가에서 편의점을 하는 이용진 씨(가명·47)는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회사가 힘들어지자 최소 노동과 자본으로 월 200만~25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2년 전 편의점을 열었다. 그는 프랜차이즈 수수료, 인건비, 임차료 등을 빼고 한 달에 229만원을 번다. 이씨는 "야간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400만원까지는 벌 수 있다"면서 "주변에 편의점이 늘고 있어 요즈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골목 구석구석으로 침투 중인 편의점은 2016년 한국의 단면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22일 한국편의점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편의점 전체 매출은 9조1328억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연매출 16조원을 훌쩍 넘어 20조원대 진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편의점의 화려한 성장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의 각종 '불편함'이 감춰져 있다. 최저임금 수준에 밤샘 근무를 하는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그 위엔 직장에서 밀려나 생계형 창업에 나선 편의점 점주가 있다.
또 그 위엔 노후 소득을 올리겠다고 은행에서 빚을 잔뜩 내 상가를 매입한 임대주와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꼬박꼬박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있다. 이어지는 '갑을' 관계와 사회 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 20대의 '무덤' 편의점 '알바'
서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9명은 20대 학생이다. 처우는 턱없이 열악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서울 지역 편의점 시급은 6232원으로 평균 수준이 가장 낮은 직종에 속한다. 패스트푸드점(6888원)이나 배달업(7374원)보다도 아래다. 그나마도 제대로 받기 힘들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까지 3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아르바이트 피해 민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피해 민원은 임금 체불, 최저임금 위반, 폭행·폭언, 성희롱, 부당해고 등 다양하다.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야간근무를 하고도 추가 수당을 못 받거나, 수습·교육 기간이란 명목으로 돈을 떼 실제 받는 돈이 최저임금보다 낮을 때도 있다.
점주에게 항의하거나 지방노동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어렵다. 계약서조차 쓰지 않거나, 임금·고용조건 등을 허위 기재한 '분식 계약서'를 아르바이트생에게 들이민다.
편의점에서 만난 대학 3학년생 김현수 씨(가명·25)는 벌써 1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낮에 대학 수업과 과제, 취업 준비에 열중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매일 4시간씩 주말도 없이 일하기란 쉽지 않다. 임금은 시간당 6030원인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6300원 남짓이지만 수업료와 월세, 식비 등을 따지면 그만둘 수도 없다. 김씨는 "아예 50% 시급을 더 받는 야간 시간대로 옮겨 달라고 했지만 '밤에 빠지는 일이 잦은 대학생보다는 어르신들이 낫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이제는 월급 50만원짜리 직장을 두고 부모님 세대와 다퉈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 편의점주 40대가 3명 중 1명
편의점을 운영한 지 3년째인 박형철 씨(가명·49)는 할 말이 많다.
직장을 내몰리듯 그만두고 '누구나 한다'는 치킨집 대신 성장세가 두드러진 편의점 개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와 건물주라는 두 군데 '갑(甲)' 사이에 끼어 남는 게 없다. 권리금, 보증금을 포함해 초기 투자비용만 1억원 가까이 들었지만 하루 매출은 150만원 안팎이다. 적지 않은 돈 같지만 월 200만원의 임차료와 100만원이 넘는 각종 공과금, 450만원인 아르바이트생 급여 비용 등을 떼고 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안팎이다.
박씨는 "대학 근처나 교통 요지에 매장을 열려면 임차료만 월 500만원이 넘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며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갑'으로 인식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편의점주 3명 중 1명(34%)은 40대다. 치킨집 등 다른 자영업을 해봤지만 예상보다 수익이 적어 접었거나,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지만 자본도 없고 그렇다고 전문 기술도 없는 40대들이 편의점 창업을 선호해서다.
서울 지역 한 대학가에서 편의점을 하는 이용진 씨(가명·47)는 중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회사가 힘들어지자 최소 노동과 자본으로 월 200만~25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2년 전 편의점을 열었다. 그는 프랜차이즈 수수료, 인건비, 임차료 등을 빼고 한 달에 229만원을 번다. 이씨는 "야간에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400만원까지는 벌 수 있다"면서 "주변에 편의점이 늘고 있어 요즈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 자영업 위기=중산층 몰락 신호
PC방, 치킨집에 이어 편의점은 중산층의 새로운 몰락 경로가 되고 있다. 잘돼도 망하고, 못돼도 망한다. 당장 편의점 3만개 시대를 맞아 과잉 경쟁으로 인해 '제 살 깎아먹기'가 급증하고 있다.
거리 하나에 편의점 3~4개는 보통이고, 편의점 신규 출점 거리 제한도 같은 프랜차이즈에만 해당돼 실효성이 없다. A편의점 관계자는 "창업하면 3분의 1은 성공, 3분의 1은 보통, 3분의 1은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라며 "하루 15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그나마 보통은 하는 셈이지만 편의점이 워낙 많이 생기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아르바이트 비용도 아끼려고 가족들이 나와서 일한다"고 말했다.
잘되는 편의점도 해피엔딩을 보긴 힘들다. 건물주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노량진 외곽 건물에서 10년째 운영해온 최 모씨(60) 편의점은 60㎡의 작은 규모에서 매월 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며 알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돈이 된다는 걸 안 건물주는 임대기간이 끝나자마자 권리금조차 주지 않은 채 최씨를 내보냈고, 지금 그 자리에선 건물주의 딸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 경직된 노동시장·산업구조 탓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자영업 위기가 서비스업종의 낮은 생산성 문제를 넘어 경직된 노동시장, 산업구조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임금체계를 '가늘고 긴'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재 정년이 60세로 늘어났지만 임금피크제와 성과가 연동된 임금구조가 정착될 때 고용과 소득의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근로소득자가 자영업자로 전직하기 전에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직장생활을 오래 연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영업 시장 자체가 '레드 오션'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치킨집, 커피전문점 등 본래 경력과 상관없는 창업을 넘어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정부가 좀 더 정교한 전직훈련과 창업지원 제도를 통해 은퇴 노동자들이 평생 쌓아온 인적 자본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생계유지형 창업이 아니라 창의적 창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자영업 시장의 진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지 선정이나 건물주와의 계약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며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상권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적 특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서울시의 경우 1000여 개 골목상권 영역을 설정하고, 각 골목상권과 업종별로 임대료, 유동인구, 평균 매출액 등 맞춤형 상권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정보 제공 서비스는 창업 예정자와 자영업자들의 사업계획 수립 비용을 절감시키고, 창업 실패 위험을 줄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C방, 치킨집에 이어 편의점은 중산층의 새로운 몰락 경로가 되고 있다. 잘돼도 망하고, 못돼도 망한다. 당장 편의점 3만개 시대를 맞아 과잉 경쟁으로 인해 '제 살 깎아먹기'가 급증하고 있다.
거리 하나에 편의점 3~4개는 보통이고, 편의점 신규 출점 거리 제한도 같은 프랜차이즈에만 해당돼 실효성이 없다. A편의점 관계자는 "창업하면 3분의 1은 성공, 3분의 1은 보통, 3분의 1은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라며 "하루 15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그나마 보통은 하는 셈이지만 편의점이 워낙 많이 생기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며 "아르바이트 비용도 아끼려고 가족들이 나와서 일한다"고 말했다.
잘되는 편의점도 해피엔딩을 보긴 힘들다. 건물주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노량진 외곽 건물에서 10년째 운영해온 최 모씨(60) 편의점은 60㎡의 작은 규모에서 매월 2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며 알짜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돈이 된다는 걸 안 건물주는 임대기간이 끝나자마자 권리금조차 주지 않은 채 최씨를 내보냈고, 지금 그 자리에선 건물주의 딸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 경직된 노동시장·산업구조 탓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자영업 위기가 서비스업종의 낮은 생산성 문제를 넘어 경직된 노동시장, 산업구조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화 시대에 맞춰 임금체계를 '가늘고 긴'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면서 "현재 정년이 60세로 늘어났지만 임금피크제와 성과가 연동된 임금구조가 정착될 때 고용과 소득의 안정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근로소득자가 자영업자로 전직하기 전에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직장생활을 오래 연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영업 시장 자체가 '레드 오션'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치킨집, 커피전문점 등 본래 경력과 상관없는 창업을 넘어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창업 환경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자영업 시장의 진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정섭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자영업자들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지 선정이나 건물주와의 계약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며 "현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상권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적 특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서울시의 경우 1000여 개 골목상권 영역을 설정하고, 각 골목상권과 업종별로 임대료, 유동인구, 평균 매출액 등 맞춤형 상권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정보 제공 서비스는 창업 예정자와 자영업자들의 사업계획 수립 비용을 절감시키고, 창업 실패 위험을 줄이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