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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회장, 사고 났던 현대제철 당진공장 불시방문

Qsoon만세 2014. 2. 8. 22:35

7일 오전 8시 50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 옥상에서 전용헬기에 탑승했다.

목적지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우유철 사장 등 수뇌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당초 예정에 없던 불시 방문이었기 때문이다.

20여 분 뒤 당진공장에 도착한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슬래그 야적장의 냉각수 시설 현장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이어진 현장 경영진 회의에서 "재해사고가 재발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당진공장의 안전 관련 예산을 현행 12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4배 이상 늘리고 안전전담 인력도 200명을 배치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이날 현장방문을 지켜본 임원들은 "정몽구 회장이 매우 격노했고, 현대제철 경영진도 무겁게 질책을 받아들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회장이 이날 당진공장을 불시에 방문해 안전체계 전면 혁신을 지시한 것은 더 이상 안전사고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경고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작년 12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당진공장에서 지난달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2012년 9월부터 1년6개월 동안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직원이 무려 15명에 달한다. 급기야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현대제철 경영진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진정성 있게 실천해 달라"고 주문했을 정도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인천, 포항, 순천 등 국내의 다른 공장과 달리 유독 증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당진 공장에서만 사고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고 원인도 가스 질식, 구조물 붕괴, 전기 감전, 교량 작업 발판 붕괴, 추락 등 온갖 산업재해를 망라하고 있다.

당진공장은 올해 완공 목표로 철분말 공장이 건립되고 있고 1조원을 투입해 특수강공장도 건설 중이어서 안전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정 회장이 문책 인사를 거론하면서 박승하 부회장과 우유철 사장 등 현대제철 수뇌부의 거취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은 당진공장 1~3고로 완공을 이끌며 일관제철소 건립을 주도한 공을 인정받아 2007년부터 무려 8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우 사장은 제철사업 총괄사장을 거쳐 2010년 대표이사로 승진한 바 있다.

이날 정 회장의 당진 공장 방문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최근 두 번째다. 당시는 제3고로 완공으로 일관제철소의 건립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한편 현대제철은 "외부 안전전문기관과 긴급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고 안전작업 표준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이와는 별도로 당진공장 현장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300명에 이르는 상설순회점검반도 운영하기로 했다. 상설순회점검반은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상설감독팀과는 별개로 운영되며, 점검 결과는 주기적으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협력사 및 외주사 등과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