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변동/부자되기

시간을 사고 싶은 사람들

Qsoon만세 2007. 10. 12. 20:42
트랜드21 - 소비자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 ⑦시간을 사고 싶은 사람들

일처리는 빨리, 삶은 여유롭게
사회 복잡할수록 시간의 중요성 부각
제품·서비스 ‘고객 시간 절약’ 중시
  

소비란, 돈을 가지고 뭔가를 구매하는 행동이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화하고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소비도 점점 활성화되었다. 특히 요즘처럼 소비가 발달하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한 상황에서는, 가히 돈이 만사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돈을 통해 온갖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회적인 존경까지도 받을 수 있다. BMW를 타고 갈 때와 소형차를 타고 갈 때 호텔이나 식당에서 우리가 받는 서비스와 존경의 수준에는 엄청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어디 그뿐인가? 요즘에는 발달된 성형수술 덕분에 미모도 돈으로 살 수 있고, 사교육 시스템과 기부금입학 같은 제도를 통해 학력도 돈으로 살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돈으로 직접 구매할 수 없고 어떤 기업도 생산해 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생활이 다양해지면서 시간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시간은 할인점이나 인터넷에서 주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누가 만들어 주지 못한다. 다만 절약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기업은 시간을 절약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내고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일이나 공부처럼,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를 위해 사용하는 수단으로서의 시간이 있다. 일을 통해서 승진을 하고 더 나은 연봉을 얻고자 하는 것이고, 공부를 통해 더 많은 지식과 졸업장을 얻고자 한다. 따라서 여기에 들이는 시간은 가능하면 줄이면서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좋다. 반면, 그 자체가 우리에게 즐거움이나 가치를 주는 목적으로서의 시간이 있다. 예를 들어 휴가나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 재밌는 영화 보기 등이다. 결국 소비자의 시간절약 행동은, ‘24시간 365일’이라는 정해진 시간 중 수단적인 시간은 최대한 절약하고 목적으로서의 시간은 최대한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가장 흔한 예가, 일상생활의 소소한 일을 담당해 주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심부름 대행회사’가 전형적인 예이다. 심부름 대행회사는 일부 불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긴 하나,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가사활동 도우미는 물론 급식당번, 교통지도 등 자녀와 관련된 일에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그 외 온갖 사소한 잔심부름도 대행해 주는데, 잃어버린 지갑 찾아 주기, 줄 서 주기, 로또 사 주기, 인터넷으로 주문한 물건 찾기, 옷 교환해 주기, 장보기 등이 그 예이다. 요즘엔 한 걸음 더 나아가 퍼스널 컨시어지(Personal Concierge)라고 하는 개인생활 전문가도 등장하고 있는데 쇼핑·여행기획·이벤트 플랜·가정 및 가족 돌보기 같은 역할을 종합적으로 담당하는, 마치 집사와 같은 서비스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 외에 온갖 제품들도 바로 우리의 시간을 절약해 주기 위해 발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패스트 푸드·인스턴트 식품·세탁기 같은 각종 가전제품, 비행기와 자동차 같은 각종 이동수단은 물론 컴퓨터나 프린터·화상회의 시스템 같은 업무용 제품이다. 이러한 제품들의 특징은, 우리가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빨리 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같은 외식을 해도, 바쁜 업무 중에 해치우는 점심은 햄버거 하나로 해결하고, 일을 빨리 마치고 나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은 3시간 동안 즐기면서 보낸다. 업무용으로 출장 갈 때는 가장 빨리 가는 비행기를 타게 되지만, 여행을 위해 이동할 때는 크루즈나 트래킹 등을 통해 시간 그 자체를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사용한다. 결국 삶을 즐기고 행복해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 이외의 일하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간 절약의 패턴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간절약의 욕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일하고 공부하는 것과 같은 수단적인 활동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 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더욱 사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