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변동/기업메모

스마트 스터디

Qsoon만세 2016. 1. 11. 21:37

스마트스터디는 ‘핑크퐁’이란 유아 교육 앱으로 성장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약 76억원이었고, 올해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2010년 3명이 모여 시작한 스마트스터디는 현재 직원수가 100명이 넘었다.

스마트스터디의 주력 사업은 교육 분야다. 하지만 최근 교육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게임, 만화 앱에서 사진 앱까지 서비스 범위가 다양해졌다. 스마트스터디가 이질적인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준철 스마트스터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마트스터디 특징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못 참는다”라며 “처음에는 교육 앱으로 시작했지만 내부에 게임,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서비스를 기획하고 시작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스마트스터디에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한 존재다. 그러한 가치관이 채용 공고에서도 엿보인다.

‘모든 분야’, ‘디스트릭트9’ 직군이 뭐냐고요?

보통 회사는 채용 공고를 낼 때 필요한 직군을 적는다. ‘서버 개발자’, ‘프로젝트 매니저(PM)’, ‘그래픽 디자이너 구합니다’ 같은 제목과 필요한 조건을 써놓는다. 스마트스터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기에 독특한 직군 2개를 추가했다. 먼저 ‘모든 분야’ 직군이 있다.

smartstudy_01_open_job_all

▲스마트스터디 채용 분야(사진 :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윤혜경 디렉터는 “스마트스터디는 평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 더 많이 일하고 싶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인재가 어디서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기준으로 한정하지 않은 직군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러 모집 마감 기한을 두지 않았어요. 그래야 최대한 다양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이미 사람이 다 뽑혀서 자리가 없는 직군이라고 해도, 우리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이 지원하면 일단 채용하기도 해요. 또 한 3년 뒤에 진행할 사업이 있었는데 갑자기 적임자가 나타나면 바로 뽑고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죠.”

두 번째로 특이한 부서가 ‘디스트릭트9’이라는 직군이다. 내부에선 이를 줄여 ‘디나인’ 부서라고 표현한다. 디나인 부서는 유일하게 개발자들만 모여 있는 팀이다. 다른 팀보다 새로운 기술과 도구를 먼저 접하고 다양한 기술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다른 팀 개발자들이 안정적으로 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 뒷단 기술을 주로 관리하고 있다. 디나인에는 보안 기술을 주로 다뤘던 개발자부터 출판업계에서 편집자 일을 맡았던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팀 이름은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 ‘디스트릭트9’에서 따왔으며, 외계인만큼 독특한 인재, 실력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고 한다.

smartstudy_01_open_job_D9

▲스마트스터디 채용 분야(사진: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smartstudy_05_d9-re

▲스마트스터디 채용을 위해 재밌는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디나인팀 개발자를 찾기 위해서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사진:스마트스터디 페이스북)

“자기 분야 고민하고 공부하는 사람 찾아요”

스마트스터디에 지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공식 채용 페이지에서 필요한 서류를 접수하면 된다. 서류전형 형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깃허브나 링크드인 계정을 갖고 있다면 서류전형에 표시하면 좋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1차 면접을 해당 직군 실무진과 본다. 이때 개발자에게는 주로 기술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질문은 이력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토대로 정한다.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면 학교에서 배웠을만한 내용을 물어본다. 컴퓨터공학도라면 다 배웠을 만한 알고리즘 문제를 내고,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할 것인지 등을 물어보는 식이다. 경력자라면 이전에 했던 프로젝트를 토대로 해당 지원자가 잘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을 주로 질문한다. 가끔씩 지원자에게 익숙한 언어로 간단한 손코딩을 작성하라고 제안하기도한다. 박준철 CTO는 “지원자가 모를만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라며 “제대로 이해하고 참여한 경우에만 잘 대답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코딩 문제의 경우 답변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면 면접관들이 바로 조언을 줘요. 그리고 지원자가 그 조언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빨리 수정을 할 수 있는지도 지켜봅니다. 이러한 전형은 구체적인 코딩 실력을 알아보려고 진행하는게 아니에요. 컴퓨터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잘 추론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진행하죠.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 코드가 있다고 치죠. 어떤 프로그래머는 이걸 그대로 갖다 사용하고 실행이 되는구나 하고는 끝내요. 저희는 ‘이 코드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가진 프로그래머를 찾는 거죠.”

디나인팀원이 되려는 개발자는 파이썬에 익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디나인 부서에서 각 개발자는 서로 선호하는 언어가 다른데, 공통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파이썬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디나인 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근 개발자는 “디나인팀은 다른 팀 개발자들의 기술을 뒤에서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 분들을 선호한다”라며 “오픈소스 기술에도 관심있는 분이면 더 좋다”라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기술에 관심이 있는 분은 그만큼 열정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시키지 않는 개인적인 프로젝트잖아요. 얼굴도 모르는 분들과 함께 어떤 일을 진행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거든요. 실제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실력이 높아지기도 해요. 내부에서 만든 개발한 기술을 오픈소스 형태로 전환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고요.”

smartstudy_08_open_source

▲스마트스터디는 내부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문화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사진 :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2차 면접은 임원진이 진행하는 인성 면접이다. 주로 지원자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한다고 한다. 내부 직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지도 평가한다. 윤혜경 디렉터는 “기존 스마트스터디에 없던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인지도 평가한다”라며 “흔히 ‘덕후’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스마트스터디에서는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업무와 관련 없는 것도 좋아요. 드라마, 만화, 게임, 기기 등 뭐든지 상관 없어요. 무엇인가 푹 빠져 있다는 말은 탐구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의 관심사가 또 결국은 업무와 연관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그러한 덕후 기질은 다른 직원을 즐겁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책임과 자유 이해하는 문화 중시해

스마트스터디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만큼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휴가도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다. 휴가 기간이 길어 여행을 좋아하는 직원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smartstudy_06_trip-re

▲스마트스터디 채용공고 포스터(사진 : 스마트스터디)

스마트스터디는 교육개발, TV콘텐츠, 플랫폼, 게임 개발 등 사업 내용대로 팀이 구성된다. 개발자들끼리, 디자이너끼리 팀이 구성되지는 않는다. 교육 앱을 만드는 팀이라면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 등이 한 팀으로 구성된다. 스마트스터디에는 파티션이 없는 대신, 뒤를 돌았을 때 팀 직원들이 바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고 한다.

호칭은 닉네임을 이용한다. CEO에서 신입직원까지 닉네임으로 부른다. 새로운 직원의 닉네임은 내부 직원들이 함께 회의해서 정해주고, 이 과정에서 서로 친해진다고 한다. 직함도 가끔씩 독특하게 변한다. 예를 들어 윤혜경 디렉터 명함에는 ‘최고라이프관리자(Chief Life Officer)’라는 직함이 써있다. 김영근 개발자는 ‘거친 외계인(Badass Alien)’이라는 직함이 표시돼 있다. 박준철 CTO는 “처음엔 닉네임이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다”라며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닉네임 문화를 일부러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직함을 생각하기 전에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별명을 부르는 과정에서 기업 전체가 유쾌해지기도 하고요. 각 직원마다 닉네임과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명함에 그려넣고 있어요. 스마트스터디는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결제 단계도 적어요. 자연스레 어떤 일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죠. 직원들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거나 원하는 개발을 할 수 있고요. 도전하고 싶은 사업을 기획할 수 있죠. 스마트스터디 문화 자체가 ‘당신은 이 일만 해야 합니다”라고 제안하지 않습니다.”

smartstudy_07_Namecard

▲스마트스터디 내부에서는 닉네임을 부르며, 이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 명함에 활용하고 있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함께 일하는 문화에서는 의견 충돌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수평적인 문화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을까. 박준철 CTO는 “일의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 충돌이 당연히 일어난다”라며 “대신 누군가를 공격하는 식의 싸움을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라고 설명했다.

“팀원끼리 싸우는 이유는 대개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논쟁하기 위해서예요. 사람을 공격할 필요는 없는 거죠. 그래서 스마트스터디에서는 ‘이 의견을 낸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다’, ‘너는 항상 그렇게 하더라’라는 식으로 상대방을 비꼬지 않아요. 만약에 그런 분이 나타나면 내부 임원진이 ‘그런 식으로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막아서죠.”

smartstudy_04_interviewee2

▲김영근 스마트스터디 개발자, 박준철 CTO, 윤혜경 디렉터(왼쪽부터)

내부 사업 성과를 볼 수 있는 데이터나 지표를 모든 직원이 공유할 수 있게 만든 것도 특징이다. 공동의 목표에 집중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윤혜경 디렉터는 “각자 좋은 디자인을 그리고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게 아니라 서로 같은 목표를 정하고 협업하도록 격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스터디에서는 자유와 책임에 대해 잘 이해하시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런 가치에 공감할 수 있는 분이 많이 지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자기 분야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감각이 있는 분들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남들과 다른 면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남들을 이해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분도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각 분야마다 필요한 인재가 나타날 때까지 채용공고 페이지를 계속 열어둘 계획입니다. 채용 페이지를 적극적으로 살펴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