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경제 마인드를 가진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학부모들 사이에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제교육을 시키려고 해도 사실 만만치가 않다.
전세계 금융 가문들의 지혜는 훌륭한 지침서가 된다.
자녀들이 따라 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을 찾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용돈 교육 전문가 김지룡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런 버핏과 존 D 록펠러
미국 내브라스카주 오마하는 미국의 두 번째 갑부인 워런 버핏(Buffett)의 고향. 그곳엔 워런 버핏 할아버지의 식료품점 자리가 있다.
가게 자리엔 현재 던디 은행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은행 로비엔 할아버지가 쓰던 금고가 그대로 놓여 있다.
금고에 붙어 있는 설명서는 다음과 같다.
‘여섯살짜리 워런 버핏은 이곳에서 6병 들이 콜라 상자를 25센트에 사다가 한 병에 5센트에 팔았다.
그리고 상자 당 5센트의 이윤을 남겼다.
’ 워런 버핏은 어렸을 적부터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용돈을 버는 방법을 깨우쳤던 것이다.
워런 버핏은 주식 투자로 31살에 백만장자가 됐지만 자녀들에겐 용돈을 풍족하게 주지 않았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였다.
역사상 최고의 갑부였던 존 D 록펠러(Rocke feller)를 보자. 그는 외아들인 록펠러 2세에게 용돈기입장을 쓰도록 했다.
아버지 록펠러 자신은 직장에 첫 출근을 하던 18살 때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장부A’라 불린 그의 가계부엔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 그리고 기부 항목이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록펠러는 손수 썼던 장부를 펼쳐 보이며 아들에게 복식 부기 방식으로 용돈 사용 내역을 기입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는 또 아들에게 “재산이라는 것은 성실하게 관리하라고 신(神)이 잠시 맡겨 놓은 것이기 때문에 낭비하지 않는 게 도리”라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랬기에 아들 록펠러 2세는 평생 놀고 먹고 살만한 재산을 물려 받았지만 흥청망청 쓰지 않고 자녀에게 물려 줄 수 있었다.
샘 월튼과 폴 게티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Walton)은 자녀들을 가게에 나와 일하게 했고 그 대가로 용돈을 줬다.
그 역시 다른 사람보다 적게 용돈을 줬다.
40대에 이미 개인으로서는 미국 최대의 소매 체인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자녀들이 사치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960년대 미국 최고의 갑부였던 폴 게티(Getty)의 경우엔 17살부터 유전 개발업자였던 아버지의 유전에서 육체 노동을 했다.
12시간씩 꼬박 일하고 그가 받은 임금은 하루 3달러였다.
당시 미숙련 노동자들의 임근 수준이다.
사장 아들이었지만 특별 대우는 없었다.
빌 게이츠를 제치고 최근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에 오른 멕시코의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Slim)도 아버지로부터 철저한 용돈 교육을 받았다.
슬림의 아버지는 매주 일요일 5페소의 용돈을 줬다.
그리고 사용 내역을 용돈 기입장에 적도록 했다.
슬림은 가족 식사 모임이 있으면 사탕을 들고 가서 팔아 부족한 용돈을 보충했다.
슬림은 어릴 적 썼던 5권의 용돈 기입장을 오늘날까지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다.
용돈 쓰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세계의 갑부들이 이토록 철저하게 용돈 교육을 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자녀들에게 재산이라는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세계의 부호들은 용돈 교육을 통해서 일을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는 ‘노동의 가치’를 가르쳤다.
용돈 기입장을 쓰게 하면서 재산 관리 방법도 가르쳤다.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판단력도 길러 줬다.
이들의 용돈 교육 방법은 보통 사람들도 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록펠러 집안의 경우 용돈의 사용처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줬다.
록펠러 2세는 자녀들이 용돈을 삼등분해서 각각 개인적인 용도, 저축, 기부에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 기준을 맞춘 경우엔 상금을 줬고 그렇지 않으면 용돈을 깎았다.
자녀들의 씀씀이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그것을 지키게 하는 것은 지금도 유용한 용돈 교육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