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변동/부자되기

금리인상과 물가·부동산

Qsoon만세 2011. 1. 13. 18:50

경제정책 궤도 수정이 확인됐다.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그러한 변화에 대한 `신호탄`으로 기록될 것이다. 물론 성장을 우선시해온 기존 궤도에 대한 전면적 수정은 아닌 듯하다. 다만 부분적인 정책 변화(regime change)임엔 분명해 보인다. 전격적이라고는 해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불가피한 정책 선택이라는 측면도 엿보인다.

정부와 한은을 포함한 정책당국 정책조합에서 읽히는 핵심적인 세 가지 키워드는 물가, 출구전략, 부동산이다.

먼저 물가. 새해를 여는 시점에 정책당국이 금리 인상이라는 거시 수단을 동원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제 `물가 잡기 전쟁`에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온몸으로 달려들 태세임을 과시한 효과다.

금리정책의 단점은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만 잡는 것이 아니라 △가계 이자 부담 증가 △주택 매매 위축 △기업 투자심리 저하 △원화값 상승 등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금리정책이 어렵고 조심스럽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써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기획재정부가 한은의 금리 인상에 반대할 때마다 써먹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은은 이날 물가 안정이란 명분을 내밀며 보란듯이 금리를 올렸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 상승이 이어지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방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늘 금리 인상이 여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뿐만이 아니다. 물가만 잡힌다면 어지간한 부작용은 안고 가겠다는 결기가 정부에서도 느껴진다. 정부가 내놓은 물가대책은 그 실질적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고민한 흔적만큼은 역력하다.

이로써 성장 우선이라는 오랜 관성을 감안하더라도 5%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3% 물가를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3% 물가를 달성하진 못해도 적어도 노력한 흔적은 남길 태세다.

다만 금리 인상 배경을 `물가 안정`으로 한정 짓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물가가 부담스러울 때마다 금리보다 환율을 먼저 건드려왔던 `한국적 패턴`이 이번에 깨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한은이 환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뭔가를 의식했다고 봐야 한다.

가능한 답 중 하나가 출구전략이다. 유럽 재정위기, G20 서울 정상회의 등을 핑계 삼아 미뤄져왔던 출구전략이 이제 본격화했다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김 총재도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유동성은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며 "이런 것을 어떻게 수습해 나갈 것인가가 통화 정책에서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고,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을 흡수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김 총재는 "오늘 금리 인상폭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시간 흐름에 따라 효과가 나타나는 `베이비 스텝(아기 걸음마)`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다르다.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급상승했다. 1월부터 금리 인상 레이스를 시작했으니 올해 안에 0.5~0.75%포인트가량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기획재정부는 일찌감치 금통위에 서면으로 금리 인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막상 이날 표정은 담담했다. `이해할 만하다`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정부의 긴축 나발이 울려퍼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다만 `뒷북` 금리 인상이나마 금리 카드를 꺼내드는 과정에 지나치게 반대하지 않음으로써 그간 저금리 폐해에 따른 비난을 가급적 줄여보자는 의도 정도는 담겨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은이 이날 발표한 1월 통화 정책 방향 결정문에는 부동산과 관련해 뚜렷한 인식 변화가 반영됐다.

지난달에는 "지방 주택 매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수도권에서는 하락폭이 축소됐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세금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 매매 가격은 지방에서는 오름세가 지속되고 수도권에서도 상승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썼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지난달에는 "주택 거래가 다소 늘어난 가운데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했지만 이달에는 "주택 거래가 늘어난 가운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표현을 강화했다. 지금은 1월이다. 본격적인 이사철인 3~4월에는 집값, 전세금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근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다. 정책당국자들은 지금 그 걱정을 하고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와 한은 간에 다소 온도차가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날 물가대책을 발표하면서 "집값 안정에 따라 전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세 불안 현상이 나타나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전세금 급등 사태에 대한 근본 원인이 집값 안정 때문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부동산 억제대책은 `시기상조`라는 뉘앙스다. 한은과는 달리 정부는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미련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제부 = 이진우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