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변동/경제흐름

'장롱 속' 금반지·금팔찌가 중고 거래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Qsoon만세 2016. 10. 3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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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금반지·금팔찌가 중고 거래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 시세가 상승한 가운데 경제가 깊은 부진의 골에 빠지면서 가계가 보유하고 있던 '금붙이'를 내다 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몰려 있는 경북·경남 지역에서 금 중고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북·경남은 기업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 여파로 실업률이 상승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회원 수 1600만명인 국내 최대 규모 중고거래 게시판 '큐딜리온 중고나라'에 따르면 올해 1~10월 금반지 등록 건수는 810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50건에 비해 47%가량 늘어난 것이다. 금팔찌 등록 건수는 10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30건)에 비해 2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금목걸이는 1250건이 등록돼 지난해(720건)보다 74% 급증했다.

이처럼 순금 제품의 중고 매물이 크게 늘어난 표면적인 요인으로는 금값 상승이 꼽힌다. 금 시세가 오르면서 장롱 속 금을 내다 팔 유인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금 1g당 소매가격은 지난해 10월 5만6000~5만7000원대를 오르내렸지만 올해는 6만1000원 안팎까지 올랐다. 특히 국제 금 시세가 일제히 상승했던 올 7~8월에는 6만8000원대까지 값이 뛰기도 했다. 금 1g 가격이 6만8000원이면 3.75g(1돈)은 25만5000원에 달한다.

하지만 경기 부진과의 연관성 또한 크다는 게 중고시장 관계자들 시각이다. 돌반지나 금팔찌 등은 특별한 계기 없이는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 대표적인 장롱 속 금 제품으로 꼽힌다. 이들 금 제품이 중고 거래로 나오는 것은 그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큐딜리온 중고나라 관계자는 "금값이 오른 것이 금 제품 중고 거래가 급증한 큰 원인이지만, 중고 매물을 내놓은 판매자의 개인적 경제 상황도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 제품의 지역별 중고 매물 건수를 비교해보면 이 같은 흐름이 더 두드러진다. 큐딜리온 중고나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에 따르면 10월 순금 중고 제품 등록 건수 가운데 경북·경남 지역이 전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3%에 달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 지역의 중고 매물 비중은 17~18%대에 불과했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올 하반기 이후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큐딜리온 중고나라 관계자는 "구조조정 대상 업종인 조선·해운 등 기업이 몰려 있는 영남 지역에서 순금 제품 중고 매물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올 3월과 7월을 비교하면 서울 지역 비중은 34%에서 27%로, 경기 지역 비중은 같은 기간 21%에서 17%로 각각 축소됐다"고 말했다.

'장롱 속 금'이 매물로 나오는 것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용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경제 상황 악화로 장롱 속 금을 내다 파는 '생계형' 금 판매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게 귀금속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유동수 한국금협회 협회장은 "투자용 금은 보유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경기가 악화되면서 돌반지, 주얼리 등이 매물로 나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금 시장이 양분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금반지, 금팔찌 등 귀금속은 가계가 미래 불안을 예비하기 위해 보유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금 중고 매물 급증은 가계가 불안한 상태로 접어든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시장이 악화되면서 가계 수입이 줄어든 것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라며 "가계가 미래를 위해 보유하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고려해 장롱 속 금을 내다 파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